부처님은 어머니인 마하마야 왕비로부터 태어났습니다. 그 당시 인도에서는 출가한 여자가 아이를 낳을 때는 친정으로 가서 낳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풍습에 따라 마야부인은 친정인 코올리국으로 가는 도중 룸비니라는 아름다운 꽃동산에 이르렀을 때 싯다르타 태자를 출산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탄생하신 부처님은 동서남북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한손으로 하늘을 다른 한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도다. 모든 세상이 다 고통 속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라는 뜻으로써 이것은 결코 인간 석가의 특수성을 내세우기 위한 것은 아니라 모든 생명들이 부처의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스스로 그것을 실증해 보임으로서 모든 생명들에게 불성이 있다는 보편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왕은 이름난 점성가를 불러 태자의 장래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태자의 얼굴을 보고 난 사람마다 놀라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태자는 뛰어난 위인의 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왕위에 오르면 무력을 쓰지 않고 온 세상을 다스리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될 것이고, 출가하여 수행하면 반드시 부처님이 되어 모든 중생을 구제해 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과 신하들은 한결같이 기뻐하였습니다. 어느 날 아시타라는 선인(仙人)이 카필라성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는 히말라야 깊숙한 곳에서 세상과 인연을 끊고 수도에만 전념하고 있었는데, 천신들이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했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태자가 카필라의 왕궁에 태어난 것을 천안(天眼)으로 보게 된 선인은 태자의 얼굴을 보려고 왕궁을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아시타선인은 태자를 팔에 안고 그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한참 동안 말없이 태자의 얼굴만을 들여다보던 선인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왕을 비롯하여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왕은 선인에게 물었습니다. “태자를 본 사람마다 크게 기뻐하였는데, 선인은 왜 말 한마디 없이 울기만 하시오? 어디 그 까닭을 속시원히 말해 보시오.”
그러자 선인은 입을 열었습니다. “대왕님, 염려하실 일은 아닙니다. 태자는 장차 모든 중생을 구제할 부처님이 되실 분입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한다는 것은 참으로 귀하고 드문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도 늙었습니다. 태자가 도를 이루어 부처님이 되실 그때까지 살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슬퍼서 눈물이 저절로 나온 것입니다.”
싯다르타 태자가 전륜성왕보다 훨씬 뛰어난 상을 가졌다는 아시타선인의 말을 듣고 왕과 신하들은 모두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나 왕위를 이어받아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출가하여 부처님이 되리라는 말에는 어쩐지 섭섭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웃나라인 코살라의 침략을 늘 두려워하던 카필라에 사는 사캬족들은 이상적인 전륜성왕이 출현하여 코살라뿐 아니라 온 세상을 평화롭게 다스려 줄 것을 고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때 태어난 왕자가 나라를 다스릴 인물이 아니라, 출가하여 종교적인 대성자가 되리라는 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