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법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연기를 관찰함으로써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그러므로 근본 가르침들은 모두 연기설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는 것이며 연기의 의미를 아는 것이 불교의 사상 그 자체를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잡아함경을 보면 부처님께서는 "연기는 이치이고 진리이기 때문에 여래가 이 세상에 나타나건 나타나지 않건 그것과는 상관없이 영원히 존재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이 연기의 법칙이 당신이 만든 것도 아니며, 부처님의 세상 출세 여부와 관계없이 진리로서 변함없는 것으로써 당신은 다만 이 진리를 깨달았을 뿐이라고 말씀하셨고 또한, 부처님께서는 "만약 연기를 보면 곧 법을 보고, 법을 보면 곧 여래(부처)를 보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연기(緣起)란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준말로서, 인연(因緣)은 조건이나 원인을 나타내는데 여기서 인(因)은 '직접적인 원인'을 가리키고 연(緣)은 '간접적인 원인'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연기란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하여 현상이 일어나는 이치' 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인과법, 인연법, 연생연멸의 법칙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연기의 일반적인 정의로서는 보통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이 소멸한다.’ 이처럼 어떤 것을 연(緣)하여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다른 것과 서로 관계하여 존재한다는 것으로써 그 자체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상주불변(常住不變)의 것은 더욱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그것을 형성시키는 원인과 조건에 의해서만 그리고 상호관계에 의해서 존재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한다는 것으로써 결국 연기설이란 ‘모든 존재의 관계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어떤 것이 다른 것의 원인이 되고 다른 것이 어떤 것의 결과가 된다고 하는 관계는 일반적으로 넓은 의미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기가 말하여진 본래의 목적은 단순한 일반적 현상보다도 오히려 인간의 고뇌가 어떠한 조건과 원인에 의해 생겨나고 어떠한 인연 조건에 의해 사라지는가 하는 인생의 고통과 즐거움의 운명에 관한 것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연기설이 밝히고자 하는 현상은 단순한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선악업(善惡業)과 그 과보에 따른 인간의 고통과 행복같은 윤리적, 종교적인 가치관계의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기의 인과관계에는 과거세로부터 현재, 미래세에 이르는 인과응보의 사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