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이연기설(十二緣起設) 

① 무명(無明:avida)
글자 그대로 명(明 지혜)이 없다는 말입니다. 올바른 법, 즉 진리에 대한 무지(無知)를 가리킵니다. 구체적으로는 연기의 이치에 대한 무지이고 사성제(四聖諦)에 대한 무지입니다. 괴로움(苦)는 진리에 대한 무지 때문에 생기므로 무명은 모든 고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됩니다. 무명을 조건으로 해서 행이 생겨납니다.

② 행(行:samskara)
업(業:karman)을 가리킵니다. 행에는 몸으로 짓는 신행(身行)과 언어로 짓는 구행(口行)과 마음으로 짓는 의행(意行)이 있습니다. 행은 진리에 대한 무지, 즉 무명 때문에 짓게 되고 그것을 지은 존재의 내부에는 반드시 행의 잠재적인 형태가 남게 됩니다. 행을 조건으로 해서 식이 있습니다.

③ 식(識:vijnana)
인식작용으로써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 등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식이란 표면적인 의식뿐 아니라 잠재의식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꽃을 볼 경우 꽃이라는 인식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전에 꽃을 본 경험이 잠재의식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꽃을 보았다는 과거의 경험은 과거의 행으로써 과거의 행이 없다면 현재의 인식작용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행을 조건으로 해서 식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식을 조건으로 해서 명색이 있습니다.

④ 명색(名色:nama-rupa)
식(識)을 연하여 명색이 일어나는데, 색(色)은 물질적인 것을 가리키고 명(名)은 비물질적(非物質的)인 것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명색의 발생은 물질적인 것(육체)과 비물질적인 것(정신)이 결합된 상태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식작용에 인해 일체의 존재가 현상적으로 나타남을 말합니다. 명색을 조건으로 해서 육처가 있습니다.

⑤ 육처(六處:sa-d-ayatana)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마음[心]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 즉 육근(六根)입니다. 이는 대상과 감각기관과의 대응작용이 이루어지는 영역을 말합니다. 육처을 조건으로 해서 촉이 있습니다.

⑥ 촉(觸:sparsa)
지각을 일으키는 일종의 심적인 힘으로써 눈, 귀, 코, 혀, 몸, 마음 등 여섯 가지의 감각기관에 의한 육촉(六觸)이 있습니다. 촉은 육입에 의해서 생긴다고 되어 있지만 엄밀하게 말한다면 육처만에 의해서가 아니고 식(識), 명색(境), 육입(根) 등 3요소가 함께 함으로써 발생하게 됩니다. 촉을 조건으로 해서 수가 있습니다.

⑦ 수(受:vedana)
즐거운 감정, 괴로운 감정, 즐거움도 괴로움도 아닌 감정과 그 감수(感受)작용을 말합니다. 감각기관과 그 대상 그리고 인식작용 등의 3요소가 만날 때 거기에서 지각을 일으키는 심적인 힘이 생기게 되고 그 다음 수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수는 촉을 조건으로 해서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수를 조건으로 해서 애가 있습니다.

⑧ 애(愛:trsna)
갈애(渴愛)라고 하는데 보통 목이 타서 갈증이 나면 오로지 물을 구하기에 그치지 않는 것처럼 항상 능동적으로 만족을 구하는 인간의 본능적, 맹목적, 충동적 욕망을 말한다. 애를 조건으로 해서 취가 있습니다.

⑨ 취(取:upadana)
집착을 의미합니다. 맹목적인 애증에서 발생하는 강렬한 애착으로, 인간의 미혹한 생존은 바로 집착에 근거한 것입니다. 어떤 대상에 대해 욕망이 생기면 뒤따라 그것에 집착심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래서 애를 조건으로 해서 취가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취를 조건으로 해서 유가 있다.

⑩ 유(有:bhava)
존재를 의미합니다. 있다(be), 된다(become)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생사(生死)하는 존재(存在) 그 자체가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를 조건으로 해서 생이 있습니다.

⑪ 생(生:jati)
유로 말미암아 다시 태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생이 있게 되면 필연적으로 늙음과 죽음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고(苦) 즉 근심, 비애, 고통, 번뇌, 번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⑫ 노사(老死:jara-marana)
태어난 자는 필연적인 결과로서 받아야 하는 늙음과 죽음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정신적인 괴로움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십이연기설(十二緣起說)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뜻은 인간의 죽음은 진리에 대한 자신의 무지(無知)에서 연기(緣起)된 것임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죽음의 과정과 실상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최종적인 해명이 이 십이연기설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