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온설
① 색(色 : rupa)
물질로서의 육체를 가리킵니다. 육체는 4가지 기본요소인 사대(四大)와 사대에서 파생된 물질인 사대소조색(四大所造色)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대란 지, 수, 화, 풍으로 지(地)는 뼈, 손톱, 머리카락 등 육체의 딱딱한 부분이고, 수(水)는 침, 혈액, 오줌 등 액체부분이며 화(火)는 체온이고, 풍(風)은 몸속의 기체 즉 위장 속의 가스 같은 것을 가리킵니다. 사대소조색이란 사대로 이루어진 다섯 가지의 감각기관인 눈, 코, 귀, 혀, 몸 등을 말합니다.
② 수(受 : vedana)
괴로움과 슬픔 등의 감수작용입니다. 수는 내적인 감각기관과 그것에 상응하는 외적인 대상들과의 만남에서 생기는데 수에는 즐거운 감정과 괴로운 감정 그리고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는 감정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③ 상(想 : sanna)
대상의 취상작용(取象作用) 또는 심상(心象)입니다. 상 역시 감각기관들과 그것에 해당되는 대상들과의 만남에서 생기는데 상은 이들 대상들을 식별하고 그 대상들에게 이름을 부여합니다.
④ 행(行 : sankhara)
의지작용 및 그 밖의 정신작용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윤리생활을 할 수 있고 업을 짓게 되는 것은 이 행의 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넓은 의미로서의 행은 수, 상, 식을 제외한 모든 정신작용과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⑤ 식(識 : vinnana)
인식 판단의 의식작용을 의미합니다. 즉 객관의 사물을 분별, 판단, 인식하는 마음의 작용을 말합니다.
이 오온설은 인간 존재란 색, 수, 상, 행, 식 등 다섯 가지 요소가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잡아함경에서는 이것을 “마치 여러 가지 재목을 한 데 모아 세상에서 수레라 일컫는 것처럼 모든 온이 모인 것을 거짓으로 존재라고 부른다” 라고 비유로써 설명하고 있는데 수레는 바퀴, 차체, 축 등 여러 요소가 모였을 때 비로소 존재하며 이 요소들과 관계없이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 존재도 다섯 가지 요소가 모일 때 비로소 인간이라는 존재도 성립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각 요소들은 모두 비실체적인 것이므로 이와 같은 요소들로 이루어진 인간 존재 역시 비실체적이라는 것이며 여기에는 고정 불변적이거나 초월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2. 십이처설(十二處設)
우주만물의 모든 일체가 인식하는 것(六根)과 인식되는 것(六境)에 의한 십이처에 포섭되어 있다는 것으로써 십이처란 눈과 색,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촉감, 의지와 법이라는 교설입니다.
십이처설은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세계관이며 모든 존재에 대한 일종의 분류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는 일월성신을 비롯해서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삼라만상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십이처에 모두 포섭된다는 것입니다.
한 때 생문(生聞)이라는 바라문이 부처님을 찾아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일체(一切)라고 하는 그 일체란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 당시의 인도에서 일체(一切 : sarvam)라는 말은 '모든 것(everything)'을 의미하는 말로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우주 전체를 가리키는 대명사였습니다.
부처님은 생문 바라문에게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하셨습니다. "바라문이여, 일체는 십이처(十二處)에 포섭되는 것이니, 곧 눈과 색,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촉감, 의지와 법이다. 만일 이 십이처를 떠나 다른 일체를 설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다만 언설일 뿐, 물어 봐야 모르고 의혹만 더할 것이다. 왜 그러냐면 그것은 경계(境界)가 아니기 때문이다."<잡아함 卷13>
이 십이처설은 인간이 인식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즉 모든 존재는 인간의 인식을 중심으로 존재한다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제시하고는 것으로써 불교의 기본 교리인 연기설의 기초를 이루고 있습니다.
3. 십팔계설(十八界設)
십팔계설이란 십이처설이 주로 물질적인 색법(色法)의 분류인데 비하여 십팔계설은 여기에 심법(心法)을 추가하여 색(色), 심(心) 양면을 다 포함하는 일체만유(一切萬有)의 분류법입니다. 즉 십이처에 인식작용의 주체인 육식(六識)을 포함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열여덟 가지를 말합니다.
<십팔계>
① 눈, 귀, 코, 혀, 몸, 의지의 여섯 감각기관인 육근(六根)
② 색, 소리, 향기, 맛, 촉감, 생각의 육경(六境)
③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의 육식(六識)
우리의 모든 심적 활동은 감각기관인 육근(六根)이 그 대상 경계인 육경(六境)을 대함으로써 일어납니다. 육근(六根)이 육경(六境)을 대할 때 '이것은 이렇다 저것은 저렇다' 하는 등의 인식작용을 일으키는 주체는 바로 이 육식(六識)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모든 심적 활동은 감각 기관인 육근(六根)과 그의 대상인 육경(六境)과 인식주체인 육식(六識)과의 세 가지가 합쳐졌을 때에만 일어나는 것입니다. 만일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진다면 결코 우리의 심적 활동은 일어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육식(六識)이란 별개의 체(體)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일심(一心)이 육근(六根)을 통하여 그 대상 경계인 육경(六境)을 대하여 심적 작용을 일으킬 때 각기 식(識)의 이름을 얻어 육식(六識)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일심(一心)이 눈을 통하여 색경(色境)을 대함으로써 심적 작용을 일으키면 안식(眼識)이 되고, 이근(耳根)을 통하여 성경(聲境)을 대함으로써 심적 작용을 일으키면 이식(耳識)이 되고, 이렇게 하여 육식이 이루어 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관과 객관과의 문제를 놓고 보면 십이처설에서는 육근이 주관이요 육경이 객관이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육근도 또한 물질적인 것이라 주관이 될 수 없는 점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십팔계에서는 육식이 더해지므로 육식이 참다운 주관이 되고 육경과 육근은 함께 객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오온설(五蘊說)이 마음(心)에 치우치고 십이처설이 물질(色)에 치우친 데 비해 이 십팔계설은 색(色), 심(心) 양면을 고르게 통섭(統攝)하여 분류한 것으로써 우주의 일체만유를 가장 보편적인 분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온설, 십이처설, 십팔계설은 다 같이 우리 인생을 중심으로 한 일체만유의 분류법으로 흔히 삼과설(三科說)이라 하여 한데 묶어져 설하여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