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엄사상  

화엄경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약칭으로 이를 줄여 《화엄경》이라 부릅니다. 또한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후 2ㆍ7일에 설한 경이며, 중생들의 근기를 고려하지 않고 깨달음의 내용을 그대로 설한 해인삼매정중설(海印三昧定中說)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대방광불화엄경의 대(大)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초월한 절대의 대이며 방광(方廣)이란 넓음 그래서 ‘대방광'이란 크고 넓다는 뜻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대적인 부처님를 수식하는 형용사이입니다. 화엄(華嚴)이란 잡화엄식(雜華嚴飾)에서 나온 말로, 말 그대로 갖가지의 꽃을 가지고 장엄한다는 뜻입니다.

화엄경은 세 종류의 판본이 전해 오고 있는데 현재 유통되고 있는 경전의 한역본으로는 60권, 80권, 40권으로 된 <육십화엄>, <팔십화엄>, <사십화엄>이 있습니다. 이중 <육십화엄>은 중국 동진시대에 ‘불타발타라(佛馱跋陀羅)’에 의해 번역되었고 교정을 거쳐 421년에 역출되었는데 이를 진본(晋本)이라 하고 또는 화엄대경 중 먼저 번역되었다고 하여 구경(舊經)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리고 40권 <화엄경>은 일부만이 번역되어 있어 완역본이라고는 볼 수 없고 우리가 주로 대하는 경전은 권수가 60권, 80권인 화엄경입니다.

중국 화엄종의 초조(初祖)는 두순(杜順, 557~640)스님으로 비록 이설(異說)은 있지만 법계관문(法界觀門)에서 그의 사상적 입장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엄(智儼, 602~668)스님은 두순스님의 법맥을 잇고, 화엄교학의 대성자 법장스님을 길러낸 과도기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법장(法藏, 643~712)스님은 제3조로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으로 화엄교학을 체계화하신 분입니다. 법장스님이 세운 오교십종판(五敎十宗判)은 물론이거니와 법계연기(法界緣起), 성기사상(性起思想), 육상원융(六相圓融) 등 그 어느 것도 화엄의 지상성(至上性)을 드러내기 위한 교리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후 당나라때 징관(澄觀, 738~839), 종밀(宗密, 780~841) 두 스님에 이르러 화엄교학은 거의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청량대사 징관스님은 화엄의 법계연기(法界緣起)의 교의를 ‘사종법계(四種法界)’로 체계화했으며 80화엄의 대표적인 주석서인 <화엄경수소연의초>80권을 저술 하였고 종밀스님은 불교의 입장에서 유교와 도교를 명확히 사상적으로 정립시키고 징관스님이 주장한 ‘교선일치(敎禪一致)’설을 완성시켰습니다.

화엄교학의 중심사상으로는 성기사상(性起思想)과 법계연기(法界緣起)가 화엄사상을 가장 극명하게 잘 드러내고 있으며, 십현연기(十玄緣起)와 육상원융(六相圓融)은 법계연기의 구체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1. 성기사상(性起思想)
성기사상이란 <육십권> 화엄경 성기품(性起品)에 근거한 말로써 요약하면 즉 모든 존재는 여래의 성품이 발현된 것이라고 파악하는 것입니다. 『大方廣佛華嚴經』이라는 경의 제목이 뜻하듯이 삼신(三身)이 원융(圓融)한 비로자나 법신불(法身佛)이 우주존재에 그 빛을 두루 비추이며 동시에 우주의 모든 존재는 비로자나불의 현현(顯現)이 아님이 없으니 이것을 여래출현(如來出現) 또는 여래성연기(如來性緣起) 혹은 줄여서 성기(性起)라고 합니다.

2. 법계연기사상(法界緣起思想)

법계연기는 화엄사상의 철학적 구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존재하는 모든(諸法) 것은 그 어느 것이든지 홀로 있거나 홀로 일어나는 일이 없이 다 같이 끝없는 시간과 공간에서 서로 원인이 되고 대립을 초월하여 조화를 이루어 하나로 융화하고 있으며 한 사물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대로 전우주(一切卽一)라는 뜻입니다. 연화장(蓮華藏)세계라고도 하며 이것은 우주의 통일성에 관한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법계연기설은 사법계설(四法界設)과 더불어 십현연기설(十玄緣起說), 육상연기설(六相緣起說) 등의 세계관이 서로 조화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1) 사법계설(四法界設)

화엄교리의 우주의 본체(理)와 현상(事)은 서로 원융할 뿐만 아니라 사(事)와 사(事)도 또한 원융자재하며 우주만유는 그 본체인 일심(一心)으로부터 연기한 것이요 이 연기한 우주만유를 총섭한 것이 일심으로서 서로 주(主)가 되고 반(伴)이 되어 무진연기 하여가는 상태를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 것, 이것을 화엄의 4법계라고 합니다.
① 사법계(事法界)
모든 사물이 각기 그 한계를 지니면서 대립하고 있다는 차별적인 현상계를 가리킵니다.
② 이법계(理法界)
우주만유(宇宙萬有)의 실상(實相)은 평등하다는 본체계(本體界)를 말합니다.
③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
그런데 이러한 현상과 본체는 서로 원인이 되고 융합되어 평등이면서도 차별을 보이며, 또 차별 가운데 평등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④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
현상계(現象界) 만유(萬有)의 낱낱 사물이 서로 장애되지 않고, 중중무진(重重無盡)하게 상융(相融)하며 연기(緣起)를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2) 십현연기설(十玄緣起說)과 육상원융(六相圓融)

무진연기(無盡緣起)의 구체적 설명이 십현연기( 十玄緣起)와 육상원융(六相圓融)설입니다. 이 십현연기설은 지상대사의 ‘화엄일승십현문’에서 나온 것인데 진여법계가 인연에 따라 태동해서 차별의 현상을 이루고 이 현상이 연기해서 원융무애(圓融無碍)한 것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갖추어 말하면 ‘십현연기무애법문’ 이라고 합니다.
한편 십현연기설와 더불어 육상원융 또한 화엄무진연기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또다른 측면으로 중시되고 있습니다.
육상이란 총상(總相), 별상(別相), 동상(同相), 이상(異相), 성상(成相), 괴상(壞相)을 말하는데 모든 존재는 다 이 육상(六相)을 갖추고 있으며 이 육상은 서로 다른 상을 방해하지 않고 전체와 부분, 부분과 부분이 일체가 되어 원만하게 융화되어 원융무애한 관계에 놓여 있어 하나가 다른 다섯을 포함하면서도 또한 여섯이 그 나름의 모습을 잃지 않음으로써 법계연기가 성립한다는 설을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