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사상  

선(禪)이란 말은 고대인도의 산스크리트어 ‘드야나’(dhyana)와 팔리어의 ‘쟈나’(jhana)를 음역한 ‘선나’(禪那)를 줄인 말로서 원어는 ‘마음을 통일하는 것’, ‘마음을 특정한 것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역해서 ‘정려(靜慮)’, ‘사유수(思惟修)’라고도 하는데 부처님께서 출세하신 후 깊은 사유와 정각(正覺)을 통해 불교의 깨달음을 얻기 위한 실천 수행인 ‘선정(禪定)’으로 체계화 되었습니다.

1. 중국선의 전개

인도에서 불교가 발생하고 점차 발전함에 따라 그것은 소승(小乘)과 대승(大乘)의 두 파로 구별되어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에 전래되었습니다. 선(禪) 또한 인도에서 발생하였으나 중국에 와서 한층 더 새로운 발달을 이룩하고 독자적인 전통을 형성하였습니다. 우리가 선사상(禪思想)이라고 부르는 것은 좁은 의미로 중국선종의 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선의 발달은 남조시대(南朝時代) 인도의 보리달마(菩提達磨)스님이 양나라로 건너와 전한 대승선법이 육조(六祖) 혜능스님을 거쳐 마조스님에 이르러 중국 고유의 조사선으로 발전하면서 크게 꽃피우게 되었습니다.

달마스님은 중국선종(禪宗)의 초조(初祖)로 남인도(일설에는 페르시아) 향지국(香至國)의 셋째 왕자로 태어나 대승불교의 승려가 되어 선(禪)에 통달하였으며 스승인 반야다라존자로부터 법을 부촉 받아 520년경 중국으로 건너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양무제와의 문답을 하였으나 아직 중국에서 불법을 펼 시기가 아님을 알고 북위(北魏) 동쪽의 숭산(嵩山) 소림사(少林寺)에서 9년간 면벽좌선(面壁坐禪)하였습니다.
때가 이르러 “사람의 마음은 본래청정하다는 이치(理致)를 깨달아야 한다” 고 주장하고 이 선법(禪法)을 제자 혜가(慧可)에게 전수하였습니다.
달마스님의 대승선법은 반야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벽관(壁觀)의 실천으로 새로운 경지를 열었습니다.

달마스님의 가르침은 이입사행(二入四行)으로 총괄되는데, 이입사행이란 도(道)에 들어가는 요문으로서 이입(二入)은 도에 이르는 두 가지 길을 나타냅니다. 즉 이입(理入)과 행입(行入)을 이르는 것입니다.
1). 이입(理入)
경전을 탐구하여 철저히 깨달아 진리에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중생이 동일한 진성(眞性)임을 믿고, 참된 성품이 번뇌에 가려 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으면 진리와 하나가 되어 분별이 사라지는 세계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2). 행입(行入)
실천에 의한 입문을 뜻합니다. 행입은 다시 보원행(報寃行), 수연행(隨緣行), 무소구행(無所求行), 칭법행(稱法行)의 네 가지 규범으로 나뉩니다.
① 보원행
증오의 과보(果報)를 갚는 규범이다. 즉 증오가 자신이 과거에 지은 업(業)의 과보임을 깨닫고 인간 본래의 도를 닦는 것을 말합니다.
② 수연행
삶의 여러 조건에 따르는 규범을 말합니다. 고통과 즐거움, 슬픔과 기쁨은 모두 업의 인연에 의한 것이므로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말합니다.
③ 무소구행
집착을 버리는 규범입니다. 집착을 버리고 구하는 바가 없는 것이 도에 들어가는 첫걸음임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④ 칭법행
진리에 따라 살아가는 규범을 말합니다. 모든 중생이 본래 청정하다는 것을 믿고 자리이타(自利異他)를 행하며, 얻음을 바라지 않는 무소득에 철저함을 뜻합니다.

2. 중국선의 발전과 전승

달마선법은 초조(初祖) 달마스님 이후 육조혜능스님과 신수스님에 의해 남종선과 북종선의 양대 산맥을 이루게 되고 남종선은 다시 사자상승(師資相承)의 가풍에 바탕으로 하여 오가칠종(五家七宗)으로 나뉘어 발전하고 눈부신 선(禪)의 찬란한 황금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오가칠종은 임제종, 위앙종, 조동종, 운문종, 법안종과 송대에 임제종에서 분리된 화룡파와 양기파를 말합니다. 이 가운데 임제계(臨濟系)과 조동계(曹洞系)가 후대까지 번영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며 간화선(看話禪)과 묵조선(黙照禪)의 선수행법이 선양되었습니다.
조동계의 가풍을 이은 굉지선사는 묵조선을 크게 발전시켰으며 임제계 양기파의 대혜선사에 의해 대성돤 간화선은 화두를 참구하여 크게 깨닫게 하는 선풍으로 오늘날까지도 그 선풍이 이어지고 있으며 중국선종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두란 공안(公案)이라고도 하는데 조사(祖師)들이 정한 설(說), 언구(言句), 문답등 불조(佛祖)와 인연된 종강(宗綱)등을 선(禪)의 과제로 삼아 참구하여 오경(悟境)에 이르는 참선법으로서 현재 공안이 1700개가 전해진다 하여 1700공안이라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공안집으로는 1125년에 중국 원오스님이 그전부터 있던 공안집에서 100개 정도를 가려내어 편집, 주석한〈벽암록 碧巖錄>과 1228년에 중국 혜개스님이 48개를 선별하여 모은〈무문관 無門關>이 있습니다.

중국선종의 특징은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을 종지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선의 입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라 할 수 있으며 선종(禪宗)에서 말이나 문자를 쓰지 않고 따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진리를 전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즉 불법(佛法)의 진수는 어떤 경전의 문구에도 의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직접 체험에 의해서만 전해진다고 것을 말합니다. 표월지(標月指: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비유에 잘 나타나 있듯이 진리(眞理)를 달에 비유한다면 교(敎)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지나지 않으며, 이에 반해 선(禪)은 달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라고 비유합니다.
이와 같이 불교의 다른 종파(宗派)가 모두 교내(敎內)의 법을 가르침에 반하여, 선종에서만은 교외(敎外)의 법을 주장하는 것이 가장 뚜렷한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의 선법은 역사적으로 보면 신라의 법랑(法郞)대사가 달마대사로부터 4조인 도신(道信)선사에게 최초로 법을 받았는데 이는 북송(北宋)의 선인 조동종의 묵조선을 위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6조 혜능(慧能)대사로부터 남악(南嶽)·마조(馬祖)·백장(百丈)·황벽(黃檗)선사의 법맥이 임제(臨濟)의현(義玄)선사에 이르러 일가(一家)를 이루게 되었는데 이 임제종의 간화선이 신라시대 보조국사를 거쳐 태고보우국사를 통해서 비로소 한국불교 선종의 가풍으로 확립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져 한국선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