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다 팡하 (밀린다 왕과 나가세나 비구와의 대론) 5장 ~ 6장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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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처님(佛陀)은 실재(實在)한가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부처님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존자] 아닙니다. 대왕이여. 

[대왕] 그러면 그대의 스승께서는 부처님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존자] 아닙니다. 대왕이여.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렇다면 부처님은 계시지(實在) 않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그대는 히말라야 설산에 있는 우아하아 강을 보신 일이 있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존자여. 

[존자] 아니면 그대의 아버지께서 우아하아 강을 보신 일이 있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존자여. 

[존자] 대왕이여, 그렇다면 우아하아란 강은 없습니까. 

[대왕] 존자여, 그 강은 있습니다. 나도 아버지도 우아하아 강을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아하아 강은 실지로 있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나도 스승님도 부처님을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이란 분은 실지로 계셨습니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2. 부처님은 뛰어난 분이신가 1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부처님은 출중한 분이십니까. 

[존자]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으신 분(無上者)입니다. 

[대왕] 그대는 한번도 본 일이 없을텐데, 그분이 출중하시다(無上)는 것을 어떻게 압니까. 

[존자]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해(大海)를 본 일도 없는 사람들이 `대해는 광대 무변하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며, 5대 강 즉 간지스 강, 줌나 강, 아키라바티아 강, 사라부우 강, 마히이 강 등이 대해로 흘러 들어가지만, 대해는 더 줄거나 더 차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겠습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나는 위대한 불제자(聲聞)들이 완전한 열반(涅槃)에 도달하는 것을 보고 부처님은 세상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라는 것을 압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3. 부처님은 뛰어난 분이신가 2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딴 사람들도 부처님이 세상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 

[존자] 그렇습니다. 딴 사람들도 알 수 있습니다. 

[대왕] 어떻게 딴 사람들도 그것을 알 수 있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옛날 팃사 장로(長老)라는 서예사(書藝師)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죽은 뒤 많은 세월이 지났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그 서예사가 있었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까. 

[대왕] 존자여, 그분이 남긴 서예물에 의하여 알 수 있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진리(法)가 무엇인가를 본 사람은 누구나 부처님이 어떤 분이라는 것을 압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는 진리(法)를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진리(法)를 보는 사람은 부처님을 본다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는 진리를 보신 일이 있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우리들 불제자는 사는 동안, 부처님의 지조와 부처님의 가르침(명령)을 따라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4. 윤회의 주체는 옮아가지 않는다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사람이 죽었을 때 윤회의 주체가 저 세상에 옮아감(轉移)이 없이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까. 

[존자] 그렇습니다. 옮아감이 없이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대왕] 어찌하여 그럴 수 있습니까.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한 등에서 딴 등에 불을 붙인다고 합시다. 이런 경우 한 등이 딴 등으로 옮아간다(轉移)고 할 수 있습니까. 

[대왕]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윤회의 주체가 한 몸에서 딴 몸으로 옮아감이 없이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대왕] 다시 한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그대가 어렸을 때, 어떤 스승(詩師)으로부터 배운 시를 기억(회상)합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기억할 수 있습니다. 

[존자] 그러면, 그 시는 스승으로부터 그대에게로 옮긴(轉移) 것입니까. 

[대왕]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몸이) 옮김 없이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5. 영혼같은 것은 없다.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영혼 같은 것이 있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참 뜻(第一義, 勝義)에 있어서 영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옮겨가는(轉移) 주체(主體)가 있는가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생명체(有情)에는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옮겨가는 것이 있습니까. 

[존자] 아닙니다. 없습니다. 

[대왕] 만일, 그렇다면, 자기의 악행(惡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존자] 그렇습니다. 만일,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악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악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대왕]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남의 망고(菴婆) 과일을 훔쳤다고 합시다. 그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하겠습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존자] 그 사람은 남이 심은 망고 과일과 똑 같은 망고 과일을 훔친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은 왜 처벌을 받아야 합니까. 

[대왕] 그 사람이 훔친 망고는 딴 사람이 심은 망고로부터 생긴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사람은 현재의 명칭, 형태에 의하여 선행이나 악행을 짓고 그 행위에 의하여 다른 명칭, 형태로서 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악행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6. 업은 어디에 있는가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이 명칭, 형태(정신과 육체 즉, 인격적 개체)에 의하여 선행이나 악행을 짓게 되는 업(業)은 어디에 머뭅니까. 

[존자] 대왕이여, 그림자가 형체를 떠나지 않는 것처럼 업은 인격적 개체에 수반됩니다. 

[대왕] 업은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까. 

[존자] 그럴 수 없습니다. 

[대왕]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직 열리지도 않은 과일을 `여기 있다 또는 저기 있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까. 

[대왕] 존자여, 그럴 수 없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생명체(個體)의 연속이 끊어지지 않는 한 `그 업이 여기 있다 또는 저기 있다'고 지적할 수 없습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7. 과거나 미래에 대한 의식의 연속


 -다시 태어날 것을 알 수 있다-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날 것을 압니까. 

[존자] 대왕이여, 알고 있습니다. 

[대왕]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한 가장인 농부가 곡식을 땅에 심고 나서 비가 알맞게 나린다면 그는 곡식이 나오리라는 것을 알겠습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그는 압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저 세상에 장차 태어날 자는 자기가 태어날 것을 미리 압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8. 열반하신 부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부처님이란 분이 실제로 계십(實在)니까. 

[존자] 그렇습니다. 계십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렇다면 여기 계신다던가 저기 계신다던가 하며 지적할 수 있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부처님은 번뇌를 소멸하고 남은 육체를 여읜 완전한 열반의 경지(無餘依涅槃界)에서 완전한 열반(般涅槃)에 들었습니다. 부처님은 실지로 여기 계신다던가 저기 계신다던가 하며 지적할 수는 없습니다. 

[대왕]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큰 불이 타고 있을 때, 그 불꽃이 사라졌는데도 불꽃이 여기 있다 또는 저기 있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존자여, 불꽃이 없어진다면 불꽃을 지적할 수 없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부처님은 번뇌불을 끔과 동시, 남은 육체를 떠난 완전한 열반의 경지에서 완전한 열반에 드셨습니다. 이미 가 버린 부처님을 여기 계신다던가 저기 계신다던가 하며 지적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왕이여, 진리를 몸으로 삼고 있는 것(法身)에 의하여 부처님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진리(法)는 부처님에 의하여 가르쳐졌기 때문입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제6장


1. 출가한 자에게 육신은 소중한가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출가한 자에게 육신은 소중합니까. 

[존자] 아닙니다. 출가한 자는 육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대왕] 그렇다면, 왜 그대들은 육신을 아끼고 사랑합니까. 

[존자] 대왕이여, 그대는 싸움터에 나가 화살에 맞은 일이 있습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있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그런 경우 그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기름 약을 칠하고 붕대를 감았습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그러했습니다. 

[존자] 그렇다면, 연고를 바르고 기름약을 칠하고 붕대로 감은 것은 그 상처가 소중해서였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상처가 소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처의 살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그러했을 뿐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출가한 자에게 육신은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출가한 자는 육신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청정한 수행(梵行)을 조성(助成)하기 위하여 육신을 유지합니다. 대왕이여, 세존께서는 `육신은 상처와 같은 것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출가한 자는 육신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육신을 상처처럼 보호합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육신은 끈적 끈적한 살갗에 덮인, 9개의 구멍이 있는 큰 종이와 같다. 부정(不淨)하고 악취(惡臭) 있는 것이 여기 저기서 흘러 나온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2. 부처님 가르침이 실천적 성격에 관하여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부처님은 모든 것을 아시고 예견하신 분입니까. 

[존자] 그렇습니다. 부처님은 모든 것을 아실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예견했습니다. 

[대왕] 그렇다면, 부처님은 어째서 제자들에게 비구 승단의 규율을 한꺼번에 제정하지 않으시고 기회 있을 때마다 마련해 주었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지구상에 모든 의약을 알고 있는 의사가 있겠습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아마 있을 것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의사는 이미 병들었을 때 환자에게 투약을 합니까, 아니면 앓기도 전에 투약을 합니까. 

[대왕] 존자여, 병든 다음에 투약합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부처님은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예견하신 분입니다. 제자들에 대하여 때가 아닌 때에 익혀야 할 규율을 마련해 주시지는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이 생활하는 동안 필요성이 생겼을 때 범해서는 안 될 규율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3. 부처님의 32가지 위인의 특징에 관하여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부처님은 위인이 지니는 32 가지 신체상 특징(三十二大人相)을 갖추시고(具足), 80가지 부수적인 특징(八十隨形好)으로 빛나시며, 금빛과 같은 피부가 빛나며, 몸 주위에도 1 심(尋, 약 6 피이트) 거리까지 빛이 둘러 퍼져 있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세존께서는 그러하셨습니다. 

[대왕] 그 분의 부모도 그러하셨습니까. 

[존자]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 그런데 부처님은 부모를 닮아 그렇게 태어나셨다고 해야 합니다. 아들은 부모 중의 어느 한 쪽과 같거나 비슷하거나 해야 합니다. 

장로는 대답했다. 

[존자] 대왕이여, 잎이 백 개나 된 연꽃이 있습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있습니다. 

[존자] 그것은 어디서 성장합니까. 

[대왕] 진흙 속에서나 물 속에서 성장합니다. 

[존자] 그렇다면, 그 연꽃은 색깔이나 향기나 맛이 자라난 연못의 진흙을 닮습니까. 

[대왕]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그렇다면, 색깔이나 향기나 맛이 자라난 물을 닮습니까. 

[대왕]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부처님의 부모는 위인이 지니는 32 가지 신체상의 특징을 갖추지도 않고, 80 가지 부수적인 특징으로 빛나지도 않으며, 피부가 금빛으로 된 몸도 아니며, 몸 주위에 1 심 거리의 빛이 둘러 퍼져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세존은 그대가 말한 것과 같이 신체상 여러 가지 특징을 가졌습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4. 부처님은 지혜를 가진 최고의 인격자다.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부처님은 청정(淸淨)한 수행자(梵行者)였습니까. 

[존자] 그렇습니다. 부처님은 청정한 수행자였습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러면 부처님은 범천(梵天)의 제자였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그대는 훌륭한 코끼리를 가지고 계십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존자] 그 코끼리는 전에 학의 울음 소리를 낸 일이 있습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존자] 그렇다면, 그 코끼리는 학의 제자입니까. 

[대왕]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그러면, 범천은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까, 있지 않습니까. 

[대왕] 지혜를 가지고 있는 분(有覺者)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그렇다면 범천은 정말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5. 부처님은 계행을 갖춘 최고의 인격자다.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원만하게 갖춘 계행(具足戒)은 훌륭한 것입니까. 

[존자] 그렇습니다. 착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대왕] 부처님은 원만하게 갖춘 계를 받았습니까. 아니면 받지 못하였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세존께서는 보리수(菩提樹) 아래서 몸소 모든 것을 아는 지혜(一切知智)와 함께 원만하게 갖춘 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세존이 불제자들에게 생활하는 동안 범해서는 안 될 규율을 마련해 준 것처럼, 딴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은 아닙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6. 이전을 초월하는 것과 진리를 사랑하는 정신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어머니가 죽어 우는 사람도 있고, 진리를 사랑해 울부짖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 두 사람 중 어느 쪽에 대하여 약이 있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한쪽 사람에겐 세 가지 정념 즉, 탐욕(貪)과 노여움(嫌惡=瞋)과 미망(迷妄=癡)으로 타오르는 열뇌(熱惱)가 있으며, 또 한쪽 사람에게는 기쁜 마음으로 진리를 들어 얻는, 티없는 청량(淸凉)이 있습니다. 그런데, 청량과 정적(靜寂)은 약이 되지만, 열뇌와 정념(情炎)은 약이 될 수 없습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7. 해탈을 얻은 사람의 생존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욕정(貪慾)으로 가득차 있는 사람과 무정을 비워 버린 사람 사이에는 어떤 구별이 있습니까. 

[존자] 한 쪽 사람은 탐착(耽着)에 의하여 압도되고, 한 쪽 사람은 압도되지 않습니다. 

[대왕] 그 말은 무슨 뜻입니까. 

[존자] 대왕이여, 한 쪽 사람은 욕구하고, 한 쪽 사람은 욕구하지 않습니다. 

[대왕] 존자여, 나는 이렇게 봅니다. 탐욕을 갖는 사람이나 갖지 않는 사람이나 다같이 굳은 음식이든 부드러운 음식이든 먹기 좋은 것을 바라고 맛있는 것을 바라지않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탐욕을 떠나지 않는 사람은 맛에 대한 탐착을 가지고 음식과 맛을 즐기지만, 탐욕을 떠난 사람은 음식 맛을 감지할 뿐이오 탐착은 하지 않습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8. 지혜는 어디에 상주하고 있는가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지혜는 어디 상주(常住)합니까. 

[존자] 대왕이여,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왕] 존자여, 지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존자] 대왕이여, 바람은 어디에 상주합니까. 

[대왕] 존자여, 어디에도 상주하고 있지 않습니다. 

[존자] 그렇다면, 바람은 존재하지 않는단 말씀입니까. 

[대왕] 잘 말씀하셨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9. 윤회란 생사의 연속을 말한다.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가 말씀하신 윤회란 무엇을 뜻합니까. 

[존자] 대왕이여, 이 세상에 태어난 자는 이 세상에서 죽고 이 세상에서 죽은 자는 저 세상에서 태어나며, 저 세상에서 태어난 자는 저 세상에서 죽고, 저 세상에서 죽은 자는 다시 딴 곳에 태어납니다. 윤회가 뜻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대왕]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어떤 사람이 잘 익은 망고를 먹고 씨를 땅에 심었다고 합시다. 그 씨로부터 망고 나무가 성장하여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다시 그 나무에 열린 망고를 따 먹고 씨를 땅에 심으면 다시 나무로 성장하여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망고나무의 계속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윤회도 이와 같은 것입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10. 생각은 기억에 의존한다.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오래 전 과거에 행한 일을 상기하는 것은 무엇에 의합니까. 

[존자] 기억(記憶)에 의합니다. 

[대왕] 우리가 상기하는 것은 마음(연속적 주체인 心)에 의하는 것이지 기억에 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존자] 대왕이여, 그대가 잊어버린 일을 상기할 수 있습니까. 

[대왕] 있습니다. 

[존자] 그렇다면, 잊어버린 때에는 마음이 없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그때에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존자] 그렇다면, 그대는 왜 마음에 의하여 상기하는 것이지 기억에 의하여 상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까.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11. 기억은 어디서 일어나는가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기억은 주관적 의식으로부터 자각적으로 일어납니까. 또는 외부로부터 시사(示唆)에 의하여 조성(助成)됩니까. 

[존자] 주관적 의식(自識)으로부터도 일어나고, 외부로부터도 조성됩니다. 

[대왕] 그렇다면, 모든 기억은 근원적으로 주관적 의식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지 외부로부터 조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존자] 대왕이여, 만일 외부로부터 조성되는 기억이 없다고 한다면 학습자(기술공)가 일이나 기술이나 학문에 관해서 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스승도 소용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조성되는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일이나 기술이나 학문에 관해서 해야 할 것이 있고 스승도 필요한 것입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