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寫經)에 대한 개관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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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경의 유래

사경은 부처님의 법신사리(法身舍利)를 조성하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부처님을 직접 친견하는 것 이상으로 정성을 다해 사경에 임했음을 여러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럴 때 부처님은 우리 앞에 현신하시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앞에 거룩한 부처님 법이 존재하고 마음속에 스며들어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곧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경전을 옮겨 적는다는 의미의 사경(寫經)은 옛날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에 경전을 베껴 책을 만들어서 유포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며, 사경의 시초는 패엽(貝葉)에 범어를 기록한 패엽불전(貝葉佛典)이다.

기원전 후 인도 서북부에 일기 시작한 대승불교 운동은 재가신도(在家信徒)의 신앙과 보살도(菩薩道)를 중시했기 때문에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펴는 불경유포(佛經流布)를 위해 사경공덕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사경은 신라시대의 것으로 백지에 먹으로 쓴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며, 고려시대에는 사경이 널리 행해져 국가에서 사경원(寫經院)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사경을 통해 완성된 경전 말씀은 보통 불상이나 탑 등에 봉안 되었는데, 불국사 석가탑에 모셔졌다가 얼마 전에 발견된 세계 최고 목판본 무구정광다라니(無垢淨頂光多羅尼)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예와 달리 스스로 그 마음을 밝혀가는 기도 수행의 한 방편으로 사경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 현재 널리 행해지고 있는 사경의 일반적인 성격은 기도를 겸한 신앙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2.사경의 종류

사경의 종류는 사경에 사용한 재료와 제본 방법 등에 따라서 나눌 수 있다.

가. 재료에 다른 분류

①먹으로 쓴 묵서경(墨書經)

②금으로 쓴 금자경(金字經)

③은으로 슨 은자경(銀字經))

④피로 쓴 혈서경(血書經)

나. 제본 형태에 따른 분류

①두루말이로 한 권자본(卷子本)

②병풍처럼 접어서 첩(帖)으로 한 절첩 본(折帖本)

③족보책처럼 오른쪽 가장자리를 실로 꿰어맨 선장본(線裝本) 등이 있다.

그 밖에 하루 동안 돈사경(頓寫經)과 여러 날 동안 시간을 두고 쓴 점사경(漸寫經) 등이 있다.



3.사경(寫經)의 공덕

“사경의 공덕이 탑을 조성하는 것 보다 수승하다.”

<도행반야경 탑품>

“무수한 세월 동안 물질로 보시한 공덕보다 경전을 사경, 수지 독송하여 다른 이를 위해 해설한 공덕이 수승하다.”

<법화경 법사공덕품>

이처럼 경을 외우고 이해하며 독송하는 공덕이 크다는 것은 여러 경전에서 말해지고 있다. 한편 사경을 하면 무엇보다 경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경전 자체가 부처님의 참 말씀이기 때문에 깨끗하고 맑은 마음으로 부처님의 원음(原音)을 한자, 한 획 옮겨 쓰는 순간 불, 보살님의 가피와 위신력으로 일체 모든 장애가 사라지고 늘 기쁨이 충만한 삶을 이루게 될 것이다.

또한 청정한 마음으로 불경을 옮겨 써서 이를 수지 독송하고 남을 위해 해설하면 삼재팔난과 업장을 소멸하고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 현재의 복락을 성취하며 환희문인 부처님 세계에 들게 된다.

사경을 계속하면 아래와 같은 공덕을 얻을 수 있다.

①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게 된다.

②심한 번민과 갈등이 가라앉고 편안한 마 음을 얻는다.

③오랜 병고가 사라지고 심신이 강건해진다.

④속세의 업장이 소멸되고 마음이 무한한 환희심으로 충만하게 된다.

⑤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고 한량없는 불보살 님의 가피를 지니게 된다.

⑥인욕과 정진의 힘이 굳건해져서 어떤 어 려운 일도 원만히 성취하게 된다.

⑦상세선망부모와 누세종친, 원근친척, 일체 고혼들을 위해 쓰면 모두 고통세계를 여 의고 해탈 자재할 수 있게 된다.

 


4.사경하는 불자의 자세

부처님 말씀을 옮겨 적는 사경은 우선적으로 간경(看經)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경전의 내용을 알고 사경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앵무새 흉내 내기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수행도 공덕도 될 수 없다. 그저 베껴 쓰는 수고로움만 더 할 뿐이다. 따라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먼저 익힌 후에 사경에 임해야 하며, 그럴 때 부처님 말씀은 깨달음을 준다.

한편 경을 옮겨 적는 일은, 경전의 글자 하나하나에 정성들여 마음을 쏟아야 하므로 먼저 마음을 사경에 집중하고 순일화 시켜야 한다. 따라서 사경 방법의 근본은 한 자도 결코 소홀함이 없이 정성과 신명을 다해서 쓰는 것이다.


기록에는 사경을 함에

①한 글자 쓰고 나서 한 번 절하는 일자일 배(一字一拜)

②한 글자 쓰고 세 번 절하는 일자삼례(一 字三禮)

③한 줄 쓰고 세 번 절하는 일행삼례(一行 三禮) 등의 문구가 보이는데, 이렇듯 사경을 함에 있어 글자 한 자 쓸 때마다 부처님이나 보살님께 합장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사경은 다만 경을 쓰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철저한 신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며, 자기의 원력과 신앙을 사경의 행위 속에서 키워가는 데 목적이 있다. 진실한 사경은 정진의 힘에서 나온다.

 


5.사경의 구체적인 방법

①사경을 하는 곳은 어떤 장소이든 무방하지만 정면에 불상을 놓던지 혹은 책상위에 향을 피우던지 하여 마음이 안정되고 정성이 담겨질 수 있도록 주위를 깨끗한 환경으로 조성한다.

②사경에 임할 때는 그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여 시작한다.

③필기구로 붓, 먹, 벼루, 연습용 종이 등을 준비하되 가능한 한 좋은 것을 쓰고, 그것 을 사경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④다라니 기본과 글씨체는 연습을 많이 하여 두는 것이 좋다.

⑤범어의 글씨체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서는 실용체(실담자 또는 데바나가리)로 쓴 것을 사용한다.

⑥사경을 할 때 쓰는 태도는 처음과 끝이 한결 같아야 한다.

⑦7일, 21일, 49일, 100일과 같이 기한을 정해 쓰는 경우, 이 기간만큼은 하루도 빠짐없이 쓴다.

⑧다 쓴 사경은 잘 보관해 둔다. 보관하기가 힘들 때는 일정량을 모아 경건히 불에 태운다. 잘 된 사경은 불상이나 불탑 조성시 봉안하기도 하고 이웃에 선물하여도 좋다.

 


6.사경의식 절차 예문

사경 전에 목욕재계를 하고 환경을 정돈한 후 정좌하여 호흡을 가다듬어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삼귀의 : 불법승 삼보에 귀의한다.

개경게 : 경전을 여는 게송을 봉독한다.

사경발원문 : 사경자의 이름을 넣어 발원문을 작성한다.

참회문 : 참회문을 봉독하고 참회문을 21회 정도 독송한다.

입정 : 사경을 시작하기 전, 몸과 마음을 안정시킨다.

사경 : 사경을 시작한다.

(사경 중에는 불경 테잎 등을 틀어 주어도 좋다.)

사경봉독문 : 사경한 경전을 받들고 소리 내어 독송한다.

사경회향문 : 사경의 공덕으로 자신과 일체중생이 성불하여 불국토 이루기를 발원한다.

사홍서원 : 네 가지 넓고 큰 서원을 하면서 사경의식을 마친다.